Lee Hyun Jun (이현준)
Analog TV
[Verse]
무덤에 내 이름이 맨 앞에 있는 걸로 투덜대는 누나
대낮에 뜨거운 햇빛, 위에 잡초가 많이 자라
관리를 병신같이 한다며 몇십 분째 손에 풀 묻히는 아빠
"추워", 빨리 들어가자는 엄마와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좀만 더 있자고 화낸 뒤에 난 눈을 감지
내 기도의 아버지가 당신이기를, 아버지가 당신이기를
흑백 폰이 갖고 싶던 똘마니
아버지 안테나 나오는 먹통 폰 가지고
세상을 가진 듯 뛰었던 내 동네
할아버지가 소파에서 깔고 뭉갠
핸드폰 갖고 세상 잃어버린 듯이 울어
그때 그는 팽이로 내 울음을 또 퉁쳐보려 했지
반나절 울고 자전거를 받아 낸 다음 웃어
내 아빠한테 뒤질 듯이 맞았지
그게 그의 마지막 기억, 다음날 움직여
달라, 우는 아빤 처진 그의 아래를 살펴
엄마는 가기 싫던 학교는 가지 말라 해
난 기뻤지만 주저앉은 가족의 놀고 싶단 말을 먹네
아빠도 흑백 폰이 망가질 때와 같을까 했던
내가 커, 무덤 앞에 그때와 다른 마음
"자기, 어머니나 보러 가자"
엄마는 기겁했고 시간 아깝다는 말만
내게 너무 오래 엄마였던 엄마가
자기 엄마를 보는 게 마치 어색하단 듯이
"시간 아깝잖아"란 말을 뱉지만
기분 좋은 엄마의 시간은 할머니의 남은 시간인 듯해
무덤으로 쓰일 그녀 땅, 죽음에 가까이 있는 사람의 땅
삐쩍 곯은 게 세상도 별다를 거 많이 없는 듯
배고파 뒤져가도 안주하는 네가 편해 보여, 늘
그런 삶은 무너지기 직전의 삶
동네와 늙은 자식을 떠나는 이별의 밤을 보내는 사람의 것
내 어린 모습은 거기서 끊어졌지만 거긴 이어져 왔지
이 좆만한 내가 다 컸단 말, 내 얼굴에 들이미는 손
"할머니두 우리랑 같이 살면 안 돼?"란 말을 했지
엄마는 경로당에 텃세, 돌봐줄 사람을 남겨 놓지 못한다 해
"우리 손주, 문자 보내는 법 좀 가르쳐줘"
보이는 단축번호 1번에 '사랑하는 딸'
말이 느리고 꺼내기 힘든 할머니한테
손 하나 까닥해서 움직이는 세상은 맞지 않네
[Outro]
박스 테입, 말아 올려
먼지 덮인 주변 바닥에 갖다 대고서
'식구들이 밥도 같이 안 먹는다', 흘리는 눈물
그다음 내 아빠가 다시 또 달래주는 소리
난 심란했지만 시선을 개한테 돌리네
난 심란했지만 시선을 개한테 돌리네
삐쩍 곯아 있는 개한테 내 시선을 돌리네
난 심란했지만 시선을 개한테 돌리네
먼지 덮인 밥통에, 먼지 덮인 밥풀
먼지 덮인 화장실, 먼지 덮인 화분
먼지 덮여있는 남편 액자와 때가 잔뜩 낀 TV가
그냥 저기 할머니 같아서
저 리모컨을 잃은 TV가 할머니 같아서
보이지만 보여도 치우지 않는 먼지가 할머니 같아서
저 굳어있는 TV가 내 할머니 같아서
저 아날로그 TV가 내 할머니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