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해가 뜨면
말없이 빠져나와 너의 동네에서
첫차에 올라타 음악을 틀어
한 시간 반 열차 벽에 기대서
졸다 보니 도착 어느새
역에서 내리고 단 한걸음에
집에 침대에 곯아떨어지네
내 하루의 시작은 해가 떨어질 때야
시간을 버리고 있어
시간을 버리고 있어
시간을 버리고 있어
매분 매초가 흐려지는 듯
쌓여있는 문자와 부재중 통화
빨간 이름들 중 너의 이름을 골라
연락 하자마자 넌 곧바로 한숨 쉬네
왜 이제 일어나 도대체 넌 언제 일해
요즘 대화할 때마다 잔소리만 듣는 것 같애
나도 계획 있어 좀 믿어주면 안 돼?
내 변명 거린 동정심 유발하는 내 병이지
또 책상 앞에 앉지도 못하는 고장 난 허리
또 여럿 떠오르지만 이건 절반은 거짓
열정이 사라진 원인은 다름 아닌 너지
같이 음악 하자면서 친구 집에
얹혀살고 있는 것도 사실은 핑계
조금이라도 너와 가까이 있기 위해
서울에 살려 했던 거야 이게 진심인데
미랠 걱정하는 너에겐 이런 말 못해
지금 거기로 갈게 우리 만나서 얘기해
시간을 버리고 있어
나의 시간 영원할 것처럼
시간을 버리고 있어
너와의 시간 영원할 것처럼
시간을 버리고 있어
우리의 시간 영원할 것처럼
매분 매초가 흐려지는 듯
차에 치였으면 좋겠어
강에 뛰었으면 좋겠어
손목을 그었으면 좋겠어
목을 매달았으면 좋겠어
처음 우리가 만났을 땐
분명 좋아했던 것 같은데 내 음악의 팬
이라며 아직 대학생이던 너와 다르게
유학 생활 접고 음악 하나만 바라보던 내가
어떤 용기나 신념이 있어 보인다고 했던
또 항상 목소릴 내고 불의를 못 참는 게
네 아버지를 닮았다면서 내게 말을 건넸던
그때와 달라진 게 난 없는 것 같은데
어느새 너에겐 내가 하는 모든 것이
잘못된 것이 되어 서로를 괴롭혔지
왜 내 음악은 꼭 내 얘기여야 하는지
꼭 그리 길게 3절까지 랩 해야 하는지
꼭 한글로만 가사를 적어내야 하는지
가사를 적는 데에 뭐가 그리 오래 걸리는지
그냥 음악 말고 다른 일은 안 찾아보는지
대학은 왜 안 갔는지
쇼미더머니는 왜 또 안 나가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눈을 감았지
파도에 휩쓸린 채
눈 뜨고 보니 이곳에 서 있네
야
내가 뭘 겪었었는지 너 정말 몰라?
나도 계획 있다니까 제발 한번만 들어봐
만약 나가더라도 심사위원으로 가겠단 거나
내 친구랑 내 회사를 곧 만들겠단 거나
제대로 마무리 못 한
녹색이념을 또 내겠단 거나
넌 전부 현실감 없는 어린애의 얘기로만
받아들여 내 친구들마저 넌 다 한심해해
다 시기를 놓친 것 같다며 딴 놈들에게
자릴 뺏긴 것 같다며
안 들어도 되는 뒷담화들 내게 전해주네
이런 말들이 내 일에 집중하기 더 힘들게 해
남들이 나와 뭔 상관이냐니까 비웃네
또 어김없이 나오는 나의 야망의 부재
네가 바라는 모습 성경의 말과 정반대라서
교회에 더는 안 따라간다니까 우네
내 불안정한 미래
우리 미래의 결혼은 핑계잖아
내 과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네 진짜 문제
반복되는 대화의 끝엔
또 한 번 내가 죄인이 됨으로써 매듭돼
나의 원죄는 내가 살아온 평생
난 절대 너와 싸워 이기지 못해
내 강아지까지도 미워하는 너한테
시간을 되돌리기 전까진 난 뭐라 못해
이젠 지쳐 도대체 언제까지
이 면류관과 십자가를 짊어져야 하지
단지 내가 너의 순결을 가져가서
만나고 있는 거란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해
이 씨발년아 닥쳐 휴대폰을 집어던져
부숴 버리고 쓰레기통에 밀어 넣었어
하지만 사실대로 너한테 말 못해
어쩌다 잃어버렸어 나 정말 바보네
난 화 못해 오늘도 자존심 버리고
지금 거기로 갈게 우리 만나서 얘기해
시간을 버리고 있어
나의 시간 영원할 것처럼
시간을 버리고 있어
너와의 시간 영원할 것처럼
시간을 버리고 있어
우리의 시간 영원할 것처럼
매분 매초가 흐려지는 듯
아침 해가 뜨면
말없이 빠져나와 너의 동네에서
첫차에 올라타 음악을 틀어
한 시간 반 열차 벽에 기대서
졸다 보니 도착 어느새
역에서 내리고 단 한걸음에
집에 침대에 곯아떨어지네
내 하루의 시작은 해가 떨어질 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