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se 1]
문이 열림과 동시에 튀어나오는 인사말
이젠 제법 어울려 보여 난 미소를 짓다가
이내 반갑게 맞이하는 너에게 두 손을 내밀어
서로의 안부를 묻지 변함없는 목소리로
네가 만든 커피가 제일 맛있다는 너스레에
사람 좋은 웃음으로 화답해
우리가 어느새 알고 지낸지도 15년을
훌쩍 넘겼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며
앞에 놓인 컵을 살짝 감싸 쥐네
그 온기만큼이나 따뜻한 마음씨
다들 좋아했지 네가 모두를 대하는 방식
그래서 꿈이 선생님이라며 짓던
그 확신에 찬 표정에 난 천직이라 생각했지 당시엔
허나 정복을 쉽사리 허락지 않는 그곳
덕분에 어떤 이들에겐 영원한 바늘구멍
위로해주려 모인 술자리에서 넌 오히려
모두를 축복해줬지 변함없는 미소를 보이며
내려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
그 무게를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던 나
미소가 눈물로 바뀌던 그 날 밤이 기억나
몇 달 후 너에게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Verse 2]
집에 있던 책을 모두 버리고 오는 길에
문득 생각나서 전화해봤어 어떻게 지내?
네가 공연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봤어
왠지 끝까지 보기 힘들어서 창을 닫았어
가끔 머릿속에 네가 떠오를 때마다
괜히 짜증이 났어 나도 모르게
너의 잘못도 아닌데 대체 내가 왜 이럴까?
사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게 싫은 거야
마지막으로 떨어진 그 날 이후로
매주 나가던 교회를 잘 나가지 않게 됐네
유독 내 기도만 피한다는 생각이 들어
가끔 남몰래 그분을 원망하기도 했네
모두에게 큰소리치던 그 날이 기억나
그때 너희가 보낸 미소는 무슨 의미였나?
그걸 비웃음으로 받아들이게 된
내가 너무 초라해 보여, 이런 마음이 이해돼?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말은 다 헛소리야
그것만으론 자랑스러운 아들일 수 없으니까
그것만으론 자랑스러운 남편일 수 없으니까
그것만으론 자랑스러운 친구일 수 없으니까
자기 전마다 머릿속에 그리던 모습
그게 오늘의 나의 모습과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이 거대한 구멍은 과연 무엇으로 채워질까?
[Verse 3]
이 얘기를 꺼낼 때마다 넌 쑥스럽다는 듯이
그게 언제적이냐며 멋쩍게 뒤통수를 긁지
너의 그 사람 좋은 웃음 지금도 여전해
좌절하고 낙심하던 것도 벌써 몇 년 전 일
너에게 가르침을 받는 아이들을 상상해 본 적 있어
참 아름다운 장면이지만 아쉽게도 넌 여기 있어
허나 그것이 너의 인생을 채점하는 기준이 될 순 없어
꿈은 그저 삶의 거대한 일부
너를 볼 때마다 말해주고 싶었어 항상
넌 너에게 묻은 꿈의 흔적들보다 아름다운 사람
그 누구도 그걸 얼룩이라 생각지 않아
그 흔적들 모두 삶 자체로 인정하고 감싸 안아
짊어졌던 배낭의 무게, 네가 뱉어놓은 말의 무게
더는 느끼지 않아도 돼, 그 시간 속에만 담아두기엔
네가 방금 만든 커피의 맛이 너무 좋아
이 향기가 오래 남아있길 진심으로 기도할게
[Outro]
문이 열림과 동시에 튀어나오는 인사말
이젠 제법 어울려 보여 난 미소를 짓다가
웃으며 주문을 받는 너를 뒤로 한 채 일어나
다음엔 소주 한잔하자 시간 미리 비워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