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se 1]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때 되려 전부 해낸 편이었어
과정의 쓴맛도 매번 삼키고 견디면서
결국 이뤄냈고 여태 포기해본 적이 없어
절벽이 보일 때 오히려 날 스스로 떠밀었어
미지의 세계에 한 발을 옮길 때마다
내 발바닥엔 패인 자국이 꽤 깊게 남아
허나 미래를 두렵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네
알지도 못하는 내일을 뭐하러 벌써 겁내?
그게 최근 내가 겁쟁이가 된 이유
몇 년 전 처음으로 발걸음을 땐 이후
한 번도 무섭다고 느껴본 적 없었던
내일의 대한 막연함이 밤마다 나를 덮쳐
내가 지탱했던 건 그저 하루만큼의 무게
이제는 많은 것들이 내 어깨를 아프게 해
전혀 알 수 없었던 먼 훗날의 내 모습이
지금은 어렴풋하게 보인다고도 볼 수 있지
그걸 볼 수 있게 된 순간부터
내 혓바닥엔 쓴 뒷맛이 자꾸 들러붙어
메모장의 여백이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그걸 채워도 내 마음엔 여백이 아직 남아있어
그 여백을 채워주던 건 다름아닌 즐거움
허나 나이를 먹어갈수록 즐거움은 줄고
의무감 혹은 책임감, 이런 것들에 묶여
내게서 소년의 얼굴이 사라짐을 느껴
Ending을 미리 안 채로 play하는 game처럼
과정에서 느껴지는 놀라움이 이젠 없어
보고 듣는 게 예전보다 더 많아질수록
아는 게 늘어나고 내 표정은 점점 일그러져
아는 것이 많은 게 좋은 것만은 아냐
난 이제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지를 알아
그걸 알면서 rap 하는 내 기분을 알아?
그 기분이 얼마나 구린지 너가 알아?
알 수 없던 것들에 대한 확신
그건 대부분 실체 없는 환상 혹은 착시
그 환상을 실체로 바꿔주는 것은 의지
내일을 가늠할 수 있을 땐 그것조차 무의미
[Chorus]
Enemy, enemy, enemy
내겐 '많이 아는 것'이 적, enemy
Enemy, enemy, enemy
내겐 '많이 아는 것'이 적, enemy
[Verse 2]
이젠 익숙했던 것들도 모두 적처럼 느껴져
거울에 비친 내 눈동자를 쳐다보면서
했던 모든 말들이 칼이 되어 노려보는 듯해
점점 덩치를 불려. 내 패배감의 두께
'허풍쟁이'를 만들 때의 내 표정이 어땠는지
기억이 잘 안 나, 난 아랫입술을 깨물지
내 주변을 둘러싼 이 시끄러운 침묵
억지로 웃어봐도 점점 일그러질뿐
난 하나도 강하지 않아
강한 건 내가 만들어낸 또 다른 나야
너가 보는 나는 완전한 내가 아냐
나의 이런 모습을 모두 눈치 챌까봐 전전긍긍해
그러다보니 언젠가부터 생긴 작은 균열
날 온전히 걷지 못하게 만드는 불균형
그 모습이 싫어서 어깨를 힘껏 펴도
오히려 더 심해지는 비하와 자기 혐오
이젠 내가 나의 적, 그래, 내가 나의 적
무대에 서면 밝은 표정으로 나은 척
곁에 있는 동료들도 볼 수없는 상처
내가 쓴 가사들로 상처들을 감춰
날 누구보다 행복하게 만들던 음악이
내 패배감과 열등감의 원인이 되다니
주변의 모든 위로가 가식적으로 들려
오히려 날 더 밑으로 잡아당기는 중력
그러다보니 내 주변 모두가 적처럼 보여
그들이 받는 찬사와 또 쏟아지는 조명이
날 향한 비웃음같아, 목을 자꾸 조여
내 삶에서조차 주연이 될 수 없는 조연
'잘 하고있다'는 한 마디면 돼
내가 나를 스스로 무너뜨리기 전에
허나 이미 느끼고있어. 모두가 보내는 응원
그걸 알면서도 난 거지처럼 계속 구걸
난 이런 내 모습을 받아드리기 참 어려워
예전에 긍정적이던 모습을 다 잊어버렸어
지독하게 느껴져. 내 열등감의 냄새
그 냄새가 이젠 내 가사에도 짙게 베어있네
[Chorus]
Enemy, enemy, enemy
내겐 '많이 아는 것'이 적, enemy
Enemy, enemy, enemy
내겐 '많이 아는 것'이 적, ene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