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se 1]
장래희망란에 직업 대신 '멋진 음악 하기'라고
아무렇지 않게 써놓곤 하던 빡빡이
첫 무대는 전교생이 모인 수학여행 첫날밤
가뜩이나 좁은 어깨를 짓누르던 적막감
"Put your hands up", 의미도 모르고 뱉은 첫 마디
그저 떠오르는 대로 혀를 굴리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던 나
난 내 할 일을 했고 모두의 경계심은 무너져갔어
위아래로 마구 흔들리는 수백 개의 팔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알 수 있게 된 밤
CD 속 영웅들이 말했지, "welcome, lil’ homie"
넌 너의 두 번째 이름을 뭐라고 지을 거니?
[Verse 2]
2003, 대학로 근처의 자그마한 바
JJK, P-Flow 옆엔 스무 살의 나
우리에게 관심도 없는 손님들 서너 명 앞에서
Rap 한 댓가로 받은 만 원, 그 돈으로 밤샜어
"Put your hands up", 과장스레 던지는 한 마디
수백 명이 눈앞에 있는 듯한 그 착각이 나를 지탱하던 힘
주변엔 그런 인간들 뿐이었고
그들과 난 밤새도록 freestyle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들로 rhyming
싸구려 워크맨 안엔 Mos Def & Talib Kweli
이어폰 속 그들이 말했지, "yo, tell them where we be at"
송파구, Seoul City, 건물 사이로 야간비행
[Verse 3]
집구석에선 찬밥신세, cypher 안에선 우두머리
허나 freestyle만으론 채울 수 없던 두 주머니
아, 대학교도 갔지, 백석예대의 유일한 rapper
시험 볼 때도 막 freestyle 했지, 교수님 앞에서
그때 만난 강우 형이랑 진짜 술 많이 먹었네
형이 만든 노래에 한 번씩 내 rap을 집어넣을 때
이전과는 전혀 다른 뭔가를 하는 느낌이 왔네
그 느낌들 사이에서 Pinodyne 1집이 탄생
성적은 저조했어, 학교 다닐 때와 비슷해
누군가는 막 욕을 해, "hip-hop is dead"
허나 그 와중에 몇몇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우리 노래
그 중엔 Palo 형도 있었네, 무슨 말이 필요해?
[Verse 4]
Everybody put your fuckin’ Hi-Lite signs in the air
이제 비슷한 손 모양 이천 개가 저 하늘 위에
니 가슴에 새겨둔 logo, 모두에게 최면을 걸어로
시작되는 노래가 나오면 마이크를 내버려 두고
그 광경을 바라보네, 곳곳엔 피어오르는 불기둥
지금까지 rap한 날들을 보상받는 기분
이 순간들이 언제 사라질지는 불투명
허나 남의 일이라는 듯 걍 서서 불구경
위아래로 마구 흔들리는 수천 개의 팔
10년 걸려 도착한 나를 위해 put your hands high
이제 난 너에게 말하지, "yo, welcome, lil’ homie"
넌 너의 그 불꽃을 어떤 식으로 피울 거니?